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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승효] 나이트

저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  [2018년 4월 응급센터 환자 사망 원인]

      알 수 없음 (11.6%) ‥

     [2018년 6월 응급센터 환자 사망 원인]

      알 수 없음 (29.1%) ‥

     [2018년 8월 응급센터 환자 사망 원인]

      알 수 없음 (36.5%) ‥                       」


4월에서 6월, 두 달 사이에 사인 불명 환자가 두 배 넘게 상승했다. 그리고 8월에는 전체 통계의 3분의 1을 넘어갔다. 이게 말이 좋아 알 수 없음이지, 공개되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고생할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승효는 서류 파일을 짜증스레 덮는다. 그렇게 한참을 미간을 짚은 채 가만히 있자 그의 눈치를 살살 보던 강 팀장이 슬쩍 말을 건넨다.


"사장님. 퇴근하셔야죠?"

"강 팀장 먼저 퇴근하세요.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네에."


퇴근길은 꽃길. 유유히 사장실을 벗어나는 강 팀장이다. 승효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다시 파일더미로 시선을 돌린다. 아까 봤던 통계자료가 도저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응급센터에서 대체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사인 불명이 이렇게나 많을 수 있지.


"하여간 의사란 것들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만다. 다름아닌 응급센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승효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병원에도 밤은 온다. 일부를 제외한 복도는 어둠으로 일렁이고 있었고 환자들은 깊은 꿈속을 헤메인다. 승효는 그들을 지나 곧장 응급센터로 향한다.

응급센터는 병원 전체적 분위기와는 달리 대낮이나 다름없다. 훤히 켜진 불에 부산스레 움직이는 사람들, 이리저리 오고가는 말소리들까지. 그는 답을 받아낼만한 의사를 탐색한다. 그때, 즐거운 얼굴로 그 앞을 스쳐지나가는 응급센터 예진우 선생이 눈에 보인다.


"저,"


다급하게 그 쪽으로 다가섰지만 듣지 못한 듯, 진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응급실 밖으로 나선다. 고민하던 승효는 결국 그를 따라서기로 결심한다.

진우가 향한 곳은 한 병실이다. 승효는 곧바로 진우를 따라 병실로 들어가 그를 부르기 위해 입을 벌린다. 그러나 멈추고야 만다.


"이게 무슨,"


눈앞에는 살려달라는 눈빛으로 날 애절하게 바라보는 환자, 그리고 그런 환자의 목을 물고 있는 의사가 있다. 언듯 보면 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에 승효는 너무 적나라한 각도에 서있다. 진우는 굳어있는 승효를 슬쩍 보더니 환자의 목에서 입을 떼낸다. 선명한 잇자국 사이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짧은 발작 후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피투성이 환자를 보며 승효의 머릿속엔 응급센터 사망 원인에 관한 통계가 떠오른다. 곧이어 응급센터 적자의 이유가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예진우의 이러한 행각을 침묵한 의사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따라온다.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당신, 의사 아니지?"


승효의 물음에 진우가 슬쩍 웃는다. 웃는 입 사이로 보통의 것보다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가 보인다. 이 상황을 꽤나 즐기는 듯 그는 한참을 몸을 흔들거리다 대답한다.


"예, 아닙니다. 사장님은 어째, 날 되게 믿었던 것처럼 그러시네?"

"당신 때문에 죽은 환자가 몇인지나 알아?"


순간 진우의 눈빛이 돌변한다.


"그런 걸 왜 셉니까."


그는 곧장 승효에게로 돌진한다. 목을 잡아채자 안쪽에서 팔딱거리는 정맥이 느껴진다. 그 누구도 손 댄 적 없는 피가 이 아래로 지나다니고 있다. 진우는 생각한다.

여기서 사장을 죽이면 어떻게 되지?

한편 사색이 된 승효는 본능적으로 발버둥친다. 진우가 아무리 가볍게 잡았더래도 귀는 귀이니 힘이 세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승효는 이러다 목이 부러져 죽겠다 싶다.


"어헉! 억,"


승효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자 진우는 목을 놓는다. 그 대신 그를 꽉 잡아 안아 품속으로 가둔다.


"예진우, 예진우 선생!"


공포에 질린 승효가 그를 불렀으나 대답은 없다. 목의 따끔거리는 느낌만이 돌아왔을 뿐이다. 그 후론 한 가지 생각 뿐, 단지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 힘들다는 것.


다음날 그가 일어나자마자 본 것은 하얀 병실 천장. 눈을 슬그머니 뜨니 한껏 격양된 목소리가 승효의 귀를 찌른다.


"사장님! 빈혈 있으셨으면 말을 하시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강 팀장?"

"네, 저예요."

"예진우 선생은요?"

"아, 사장님도 아셨구나. 지금은 환자 보고 있어요. 너무 고맙죠? 예 선생님이 쓰러진 사장님 안아들고 오셨다니까요. 사장님 살리신 거예요. 대박!"


날 살리긴 뭘 살려. 아오, 진짜. 가증스런 것.

자꾸만 희미하게 미소 짓는 진우의 얼굴이 떠올라 애써 미간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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