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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승효] 오류 下

"구 사장, 앉아있어. 간다."


사람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어놓고도 망설임없는 그는 참으로 매정하다. 삐리리, 뒤늦게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고 사장실에 온전히 혼자 남게 되자 승효는 정리를 시작했다. 비참함을 더 느낄 여유도 없었다. 커다란 담요를 꺼내와 몸에 둘렀고 휴지를 몇 장 뽑아 소파 위를 닦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때 즈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왠지 손을 떨며 문을 두드렸을 것만 같은 어색한 노크 소리다.


"사장님,"


꼴이 이래서 그런지 유난히 반가운 목소리다. 강경아 팀장이네, 하고 중얼거린 승효는 힘없이 웃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우리 이제 더 숨길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강 팀장이 조심스레 문을 열자 큰 담요를 두르고 서있는 승효가 보였다. 담요 아래로 드러난 발목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으로 그가 겪었을 일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겨우 30대다. 어린 나이에 위험한 판에 뛰어들어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강 팀장은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소파로 가 들고온 것들을 놓았다. 연고, 그리고 정장 한 벌.


"‥ 회장님께서 주셨습니다."


승효는 그것들을 흘끗 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까 이것들을 건네받았던 강 팀장이 그랬던 것처럼.


"회장이 나한테 저러는 거 보면 무슨 생각 들어요?"

"세상엔 절대악은 없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농담이죠?"


농담이죠? 하고 묻는 그의 얼굴이 너무 파리하게 질려있어서 강 팀장은 잠시 말을 잃었다.


"네, 물론입니다."


이 상황에 세상에 절대악이 없다는 그 말이 왜 나왔는지는 모른다. 팽팽 잘 돌던 머리에 오류가 났다. 그냥, 회장이 절대악이라 치부되면 구승효가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라 그녀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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