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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왕여] 사랑니

전장에서 돌아온 지 일 주도 되지 않았다. 고단했을 텐데 편히 쉬어라, 하며 집에 보내주던 자애로운 왕은 어디에 갔는지 다시 입궐하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간만에 본가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신은 결국 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환궁하였다.



"겨우 이거 하시려고 부르신 겁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염려했다만 침상에 몸을 뉘인 여는 날마다 신에게 그저 손만 잡고 있어 달라 했다. 이 어린 것도 왕이라고, 차마 어명에 반발할 수는 없었던 신은 매 자시子時만 되면 여의 머리맡에 꿇어앉아 그 짓을 해야만 했다.


"아파‥."

"참으셔야 합니다."

"아프다니까."

"참으세요."


같은 이야기를 며칠째 반복하는 것인지, 그 경위는 이랬다.

여가 17살이 되던 해, 사랑니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유난히 턱 선이 날카롭고 머리 크기도 보통보다 작은 그라서 사랑니가 더 아팠을지도 모른다. 한날은 너무 앓기에 어의에게까지 가 물었으나 대답은 엄살이시옵니다, 였다. 엄살이라, 원래 투정을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만 조금 남아있던 의지마저 아주 말끔히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침상에 누운 여가 웅얼거렸다.


"첫사랑만큼이나 아프다잖아, 그래서 사랑니라잖아."

"지혜로워질 때 난다고 지치입니다. 처사 잘하세요."

"장군은 첫사랑 안 해봤어?"

"하고 있네요."


첫사랑은 안 이뤄진다잖아, 여는 괜히 나는 심술에 못된 말을 뱉고 신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홱 빼서 도로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신은 비어버린 손을 무릎 위에서 꾹 쥐었다.


"안 이뤄진다고 누가 그럽니까‥."


오늘따라 유난히 씁쓸한 신의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허공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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