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탁의 생일이었다. 은탁의 스무 번째 생일. 벌써 스무 번째지만 아무도 챙겨준 적 없었던 생일, 심지어 은탁 스스로조차도 챙기지 않았던 생일이었다. 허나, 이번은 달랐다.


"저 좀 감동이에요‥."


도깨비는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갖가지 과일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생크림 케이크를 사 왔다. 저승사자는 나름 집을 생일을 테마로 꾸며 놓았으며 덕화는 얼굴만큼이나 잘난 노래 실력으로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세 잘생긴 남자들에게 축하받는 생일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행복했다.


*


"딸기, 먹어."


케이크에 기다란 초 두 개를 꽂고 은탁이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진 불을 끄자마자 사자가 뱉어낸 말이었다. 네? 하고 되물으려던 은탁은 그가 케이크 위에 단 하나뿐인 딸기를 굉장히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을 곧 눈치챘다. 그러셨구나.


"아저씨 드세요."


그것이 딱 정답이라는 듯이 사자의 얼굴이 그곳에 있는 하나의 요괴와 둘의 사람 모두가 느낄 수 있을 만큼 화악 밝아졌다.


"줘."


사자가 손으로 막 케이크 위의 딸기를 집으려는데 도깨비가 얼굴을 딱 굳히며 짧게 말을 던져왔다. 은탁은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기타 누락자가 줬어."

"내가 샀어."


저기요‥. 죄송하지만 제 생일인데요. 은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둘의 말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인 것이 황당한 얼굴로 두 사람이 아닌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급기야 빵칼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말싸움으로 시작된 이것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은탁은 그냥 내가 먹을걸,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유치찬란한 싸움의 끝은 어디인가.


"야!!!!"


한참 열이 오르고 있던 싸움 중 딸기를 너무나도 원했던 사자는 결국 딸기를 홀랑 집어먹었고 도깨비는 그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야, 뱉어. 뱉어, 뱉으라고. 어떻게든 사자의 입을 벌리려는 도깨비 온갖 수작에도 사자는 입안에 든 딸기를 오물거리며 씹기에 바빴다. 그래도 한편으론 은탁이 사자에게 딸기를 주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그의 입가의 미소가 떠오른 것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다 먹었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자가 도깨비를 확 밀어내며 제 자리에 똑바로 서고는 한참 놀리는 투로 말을 뱉어냈다. 사자가 시무룩한 도깨비의 얼굴에 웃음 짓더니 내가 이겼지, 같은 느낌으로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때, 딸기를 나눠먹고 싶었던 도깨비의 충동적인 행동인지 갑자기 도깨비의 입술이 사자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무슨‥."


순식간이었다. 그가 느리게 숨을 뱉으며 입술을 떼어낼 때까지 넷은 완전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누군가 그들을 봤다면 시간이 멈추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 대체 무슨, 짓이야."

"달다고, 달다고. 아니, 그러게 내가, 달라고 했잖아."


양쪽 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한 분은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방금 전까지 맞닿아 있었던 입술 위로 갈 곳 없는 손을 휘젓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분은 주먹을 꼭 쥐고 쉴 새 없이 혀를 입술 위로 놀리며 달다는 소리만 반복해서 앓듯이 내고 있었다. 잠시 후, 둘은 한 번 눈이 마주치곤 안절부절못하더니 꼭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의 방으로 파드득 뛰어 들어가 버렸다.


"덕화 오빠‥."


은탁은 그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다가 뛰쳐가 버렸다는 사실에 슬퍼하기보단 누군가 이 상황을 제발, 설명해 주길 바랐다.

 "어‥."

덕화 또한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내내 둘은 방에 처박혀 있었고 다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밖으로 나왔다. 덕화는 오늘의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남아도는 도깨비의 돈으로 겨울 딸기를 다섯 박스나 사다놓았다.


딸기 박스 위의 쪽지, [삼촌 돈으로 샀어. 이거나 먹어.] 그리고 냉장고에 붙은 쪽지, [알바 다녀오겠습니다.] 도깨비는 평소보다 훨 짧고 단순해진 쪽지를 확인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까의 일에 속상하고 당황스러웠을 은탁의 기분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우울한 표정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쪽지를 떼어 딸기 박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마침 방에서 나오던 사자와 마주쳤다. 어색했다. 도깨비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아, 하고 사자는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도깨비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저승아."

"왜?"

"어색해서‥."


도깨비는 사자와 불편하기 싫었다. 분명 충동적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자고 한 짓도 아니었고 평소에 마음이 아주 없던 것도 아니었다. 분명 양쪽 다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사자의 흐린 대답을 끝으로 집엔 또 다시 정적만이 감돌았다. 한참 후, 허공을 이리저리 떠돌던 둘의 시선이 딸기 박스들 위로 멈추었다.

"우리 같은 생각 중이야‥?"


도깨비가 조심스레 사자에게 말을 건네었다. 사자는 그 같은 생각이 어디쯤을 뜻하는지 잘, 알았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딸기 먹을래, 라고 할까?"

"‥ 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응, 이라고 해볼게."


딸기는 달았다.


*


집으로 돌아온 덕화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대로인 딸기 박스들 들추었다. 어제 그 불상사는 딸기가 먹고 싶은 두 분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냐고.


"끝방 삼촌. 딸기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저자는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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