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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왕여] 항상 미안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는 종종 꿈을 꾼다. 제 손으로 신의 가슴에 대검을 박아 죽이는 꿈. 궁 앞으로 펼쳐진 너른 돌길에 선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뒤로는 몸뚱어리가 난도질 당한 신의 혈족이 보인다.


'왜 그러셨습니까.'

왜 그러셨습니까, 왜. 왜 그러셨습니까, 폐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그 말에 여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

눈을 떠보니 새카만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 채 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공포스러운 어둠에, 잊히던 꿈이 다시 되살아나 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 한 방울로 시작했던 그것은 격정에 치달았다.


"으흑, 용서, 해줘. 신아, 신아‥. 윽,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신을 흔들어 깨우는 여의 손짓이 점점 거세고 다급해졌다.

죽지 마, 왜 그렇게 누워만 있어. 대답 좀 해줘, 신아...


"또‥ 그 꿈이야‥?"


신이 눈을 반쯤 뜨며 잠긴 목소리로 여에게 말을 건네오자 여는 그제야 신의 몸을 흔드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에 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온몸으로 매달려왔다.


"흑, 읍‥. 미안해‥. 미안, 미안해. 으, 흡."


허나 여의 눈물에 무너지는 것은 오히려 신이었다.늘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를 대가 없이 용서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늘 심장을 갈가리 찢어놓는 사과뿐이었다. 신을 놓치면 정말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이 매달려오는 여를 신은 아무 말없이 품에 안아주었다.

두 눈엔 늘 아름다운 것만 담아주고 싶었는데, 입술엔 늘 미소만 짓게 해주고 싶었는데, 여 스스로가 용서하지 못한 죄가 너무 많았다.


"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


신은 울음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떠는 여를 마주 보곤
부드럽게 달래듯 입맞춤을 선사하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짧은 입맞춤 새로 가늘어지는 여의 숨이 느껴졌다.


"고마워‥."


한참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전하며 여가 신의 품에 다시 안겨들자, 신은 그제야 편안한 미소를 살포시 띠었다.

내가 빛이 될게. 널 그 컴컴한 데에서 끌어내줄게. 그 예쁜 얼굴에 눈물로 얼룩지지 않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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