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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진우] 보이지 않는 비밀

미숙한 해석 죄송합니다. 4화까지를 기반했습니다.

완전 만찢남이네! 방방 뜬 강팀장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한 번도 아니고 몇번이고 왱왱 울리는 목소리에 절로 미간이 모였다. 조금은 짜증이 난 듯한 승효의 시선은 마침내 강팀장의 탁상으로 향했다. 그 위의 많디 많은 종이조각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어제 강팀장에게 주었던 그 종이였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가 종이를 집어들었다.


"후‥."


승효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그룹 측을 여러 모로 곤란한 상황으로 만들었던 예진우인데도 결국 넘어갔다. 프로필의 말간 얼굴이 저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찌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답지않은 조심스런 손길로 진우의 사진을 쓸어내렸다.

그래, 잘생긴 건 인정.


그리고 며칠, 종종 복도를 서성였는데도 예진우를 보지 못 했다. 그런 일도 한두번이 아니고 설마 저를 피해다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애가 탔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승효는 결국 응급센터로 향했다. 급한 마음, 앞서는 몸짓, 그는 아무 간호사나 붙잡고 물었다.


"예진우 선생 어디 있습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 예‥."


그녀는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조금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개를 까딱 하며 몸을 돌렸다. 더 이상 그녀를 마주하다가는 참을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승효는 억지미소를 지어보이며 주먹을 꾹 쥐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사라지지 않는 답답한 기분에 연신 넥타이를 고쳐 맨 그는 빠른 걸음으로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딱히 갈 곳이 있어 엘레베이터를 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아무 층이나 좋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가 있다면 더 좋았다. 문이 열리고 불꺼진 복도가 나타나자 승효는 덜컥 내려버렸다. 어째서 이렇게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럴수록 빨리 예진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벽에 기대려는 찰나, 익숙한 듯 낯선 진우의 목소리가 승효의 귀를 파고 들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니까 제발 말 걸지 말아주라."


그리고 한숨소리, 전화라도 하나 싶어 슬쩍 들여다본 복도 끝에는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내뱉는 진우 뿐이었다. 분명 대답하는 이는 없는데 대화는 계속되었다. 순간 알 수 없는 마음이 일어 승효는 진우에게로 다가갔다. 단지 시비를 걸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예 선생, 뭐하세요?"


순간 진우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일그러졌다. 승효는 그의 전례없는 당황한 표정을 곱씹으며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 후의 행동은 더 가관인 것이, 진우는 다시 허공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제발 닥쳐, 라고 씹듯 말하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승효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웃었다.


"아니, 거기 죽은 원장이라도 있어요?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나."

"‥ 그깟 시비걸자고 찾아온 거예요?"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럼 가세요."


이렇게까지 화낼 줄이야, 건드리면 안 될 곳을 건드린 기분이었다. 승효는 주먹을 꾹 쥔 채 잘게 떨고 있는 진우를 빤히 쳐다봤다.


"가시라고요, 빨리!!"


그리고 그 누구도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동물의 왕국에서나 나오는 기싸움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오래 버티기엔 진우의 상태가 좋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는 읊조리는 대신 소리쳤고 말만 하는 대신 승효의 손목을 잡아채 벽에 밀어붙였다.


"예 선생,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허, 하는 짧은 웃음이 진우에게 채 닿기도 전에 전세는 역전되었다. 쿵. 몸뚱이가 벽에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이제 잡힌 사람은 승효가 아니라 진우였다. 오늘따라 고되었던 근무가 문제인지, 아니면 구승효를 만만하게 본 것이 문제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 진우는 생각했다. 승효는 조금 구겨지는 진우의 얼굴을 기분좋게 바라보았다.


"이봐요, 의사라며. 힘이 키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란 건 알지 않나? 아아, 의사는 그런 쪽이 아닌가."


명백한 비꼼이다. 하하, 하는 억지스런 웃음소리가 따라 붙었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의 비꼼에 치미는 화도 잠시, 승효의 등뒤로 선우가 벽에 슬쩍 기대 서는 것이 보였다.

형, 뭐야. 왜 봐줘?


"‥ 조용해."


그것밖에 안 되는 거야? 진짜 그것밖에 안 돼?


"아, 아‥. 제발‥,"


옛날의 그때가 떠올랐다. 


우리 아들은 의대 갈 거니까-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넌 그것밖에 안 되냐며 채찍질 하던 어머니,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가족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밖에 안 되냐며 묻는 소리는 그들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남아 스스로를 고문하는 도구가 되었다. 실수라도 조금 나오면 어김없이 들려온다.

넌 그것밖에 안 돼? 그것밖에 안 되니? 너는‥



"제발, 제발. 제발 닥쳐!!!!!"


힘껏 소리지른 진우의 고개가 맺혀있던 눈물과 함께 툭 떨어졌다.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승효의 느슨해진 손아귀를 뿌리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을 놓아준 것은 승효였다.


"뭘 울고 그래요‥."


승효의 목소리도 조금은 떨리는 기색이 보였다. 그럴 만큼 충분히 당황스러웠다. 손목을 좀 세게 잡긴 했는데 그렇다고 울 것까지야. 예진우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얼른 옷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진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기나긴 속눈썹에 맺힌 눈물 방울이 시선을 뺏었지만 그렇다고 닦지 않을 순 없으니. 눈물이 다 닦이고 승효가 손수건을 고이 접어 다시 옷 안으로 넣을 때 즈음, 진우가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말했다.


"다음에 얘기해요. 지금은 제가 상황이 안 되니까."


승효는 난처하단 듯이 고갤 젖혔다가 진우를 내려다 보았다.


"우는 사람 두고 내가 어떻게 그냥 가요, 그것도 나 때문에 울었는데."

"‥ 사장님 때문 아니니까 그냥 가세요."


진우는 아예 무릎 사이로 고갤 푹 파묻었다. 그리고 멈춘 둘은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마음을 추스린 진우는 승효의 떠나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걸 상기해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갤 들었다.


"그냥 가라고 했‥, 읍!"


정말 일순간이었다, 승효가 허릴 굽혀 그와 입맞춘 것은. 안 그래도 큰 눈이 사정없이 커졌다.


"미안해요."


진우가 뭐라 말 붙이기도 전에 승효는 다소 형식적으로 보이는 미안한 듯한 웃음을 보여주곤 뒤돌아 갔다. 뚜걱ㆍ뚜걱ㆍ뚜걱, 발소리가 빠르게 작아지다 멈추어선 듯 느껴지자 진우는 그제야 못다한 말을 내뱉었다.


"미친놈‥,"


그리고 그가 스친 입술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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